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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6.13 관계 - 결국 인간은 섬이다? (6)
2008.10.20 00:48

<관계2>

<관계2>

난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화 내는 일 별로 없고, 분위기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되도록이면 좋게 좋게 지내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상처 받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게 스트레스가 된다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다보니 그 평평하기 그지 없던 일상도 깨지기 마련이다.

살면서 내 사람, 내 측근이라고 믿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을 제외하더라도 영어 쓰는 사람들이 검지와 중지를 두 번 깔짝이면서 강조하는 '친구'들이 그렇다. 내게도 다행처럼 너무도 고맙게 그런 친구들이 있다. 물론 징글징글하게 옆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이고, 문득문득 생각하면 가슴이 찡한 그들이다.

올해로 12년을 함께한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로 지냈으니 정말 12년이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싶지만 그 동안 그 친구와 있었던 일을 쭉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그냥 흘러간 것 같지는 않다. 서로 비슷하기도 하면서 많이 달라 때로는 상처를 준 적도 많았지만 나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대해서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수 있는 서로라고 믿었다.

이 친구와 최근 들어 다소 연락이 뜸했다. 서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기 바빠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한 번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방만 바라보는 친구의 성격 때문에 으레 연애기간 동안에는 얼굴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이제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지만 한편에서 서운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연애하기 전에 같이 만나 어울리면서 친해진 내 친구들의 안부 연락에도 답을 하지 않는 지나침에 괘씸함을 느끼기도 했다.

올해 두 번 정도 밖에 만나지 못 했는데, 해 넘기기 전에 한 번 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차에 며칠 전에 그 친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나 12월 27일에 결혼해. 놀랍지..." 순간 뒤통수 얻어 맞고, 서운하고 섭섭하고 안 좋은 생각이 떼로 덤벼드는 건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사실 그 친구가 결혼을 할 거라는 얘기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를 통해서 이미 들었다. 그러면서 내심 조만간 만나 이차저차 해서 결혼하게 됐다... 에서부터 시작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상 하는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해주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당연히 12년을 돈독하게 지낸 친구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 친구는 내가 생각했던 만큼 나를 친구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걸까?

문자를 받도 한 동안 멍해 있다가 축하하고 조만간 보자는 문자를 찍어 보내줬다. 결혼 소식 알리는 사람한테 기분 나쁜 티 내는 것도 우스웠다. 졸업하고 한 번도 연락 없던 친구들도 결혼 때가 되면 으레 전화한 통 씩 돌리는게 상식인데, 왠지 그 친구와 나의 관계가 문자 한 통밖에 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입이 쓰고 텁텁하다. 

나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내 기준에 맞춰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과 말인줄 모르고 쏟아내고 뱉어냈을 것이다. 그들도 분명 나처럼 이렇게 글 몇 줄로 서운함을 풀거나, 속으로 삭혔겠지. 그 때 그 사람들이 나에게 한 마디씩 던져줬다면 나는 정말 충고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고까워 했을까? 생각이 나의 문제로 넘어오면서 더 복잡해졌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소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분명하지만 난 12월 27일 그 친구의 결혼식에서 갈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내가 어떻게 웃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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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3 01:38

관계 - 결국 인간은 섬이다?

관계 - 결국 인간은 섬이다?

어렸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군대를 다녀오기 전, 아직은 성인이라기 보다 아이로 남아있었을 때... 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매 순간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노심초사 했고. 그 반응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싶었다. 누군가 다소 밋밋한 반응을 보인다면 다시 나를 보고 웃음짓게 만들고 싶었고, 다시 그 사람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때문에 난 나를 귀찮게 하거나 괴롭혔던 사람에게도 싫은 내색을 한 번 해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더 많은 호감을 보였던 듯 싶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 역시도 내가 좋은 사람임을 알도록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 관계들 속에서 정작 가장 힘든 사람이 나 자신임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타인에 의해 규정된 '좋은 사람'이라는 내 자신에 너무도 만족해 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그 관계들 속에서 힘들어 하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어쩌면 타인에게 쏟아부었던 에너지가 어느 정도 나에게 던져질 필요가 강했던 시기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원인이 무엇이던지 이후 지금까지 내가 맺는 관계의 초점은 '불편함'에 맞춰졌던 것 같다.
'이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 소원하게 지내면 불편할까?'
'이 사람과 관계가 서먹해지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불편해질까?'
몇몇의 관계들(애초에 이런 고려가 필요없는 사람들-가족 / 내가 진심으로 대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질문들은 관계 유지의 선택 기준이었다. 그냥 편하게, 좀 쉽게 살기 위해서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불편함 마저도 내가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생긴다. 나와 관련된 오해들과 그로 인해 생긴 오해의 관계들을 예전처럼 매듭의 뿌리까지 찾아들어가 하나하나 풀어 설명함이 없이 그냥 단칼에 잘라버리고 싶다. 특히 내가 '불편함의 예외'라고 믿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때 더욱 날 우울하게 만든다. 이제는 정말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보는 일은 그만 하고 싶다. 모든 것을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천천히 알아가는 것 같다.

인간은 결국 섬이라고 한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결국 나도 나라는 섬을 천천히 기억하며 스스로를 바다에 던져 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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