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6 01:11

My chrismas season in 2006

거리는 아직 꽁지 빼고 달아나는 크리스마스의 뒷덜미라도 잡아 한바탕 더 놀아보겠다는 사람들도 피곤하겠지만, 일찌감치 빠이빠이 하고 느긋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피로를 한 층 씩 벗겨내고 있는 상황에서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시즌이었지만 그래도 추억이 될 만한 기억 몇 가지를 간추려 보고자 한다.

1. 개념상실, 어이상실, 기억상실까지 겨울의 한기를 모두 상실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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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쯤 되면 으레 방송을 선두에 세워 이곳저곳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벤트나 마켓팅에 정신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온다면, oo를 드립니다. 추첨을 통해 oo를 쏩니다." 등의 문구들이 오고 가는 이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었다.

예년과 올해와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 대신 그 자리에는 작년 크리스마스의 날씨를 기억하는 몸만 믿고 걸치고 나온 두꺼운 외투 안으로 흐르는 여름의 기억, '땀'이었다.

눈을 바라기는 커녕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찬 거리에서 시원함 바람이 아쉬운 그런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르네 마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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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크리스마스는 시립미술관의 <마티스와 그의 친구들> 전시를 봤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같은 장소에서 르네 마그리트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함께한 사람은 달랐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예년의 기억을 떠올려 그림 구경 보다는 사람 구경이나 실컷 하고 오겠거니 생각했지만 마그리트는 마티스 보다는 인기가 없는지 의외로 한가한 분위기였다. 초등학교 선생님같은 느슨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10개 전시관을 다시 돌아보며 무려 3시간이 넘도록 미술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3시를 넘은 시계를 보며 허리가 뻐근하고, 배고픔으로 혼미했지만 얄밉게도 눈 만큼은 맘껏 호강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머리는?, 가슴은?, 마그리트가 그럼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잖아.)

크리스마스와 미술관은 왠지 어울리는 공간이다.

3. 선물

받는 기쁨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되는 시즌이 이맘때가 아닌가 한다. 작은 선물이지만 받는 사람도 즐겁고, 주는 사람도 즐거운 예수님이 큰 일을 하긴 하셨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 날을 잡아 뭉터기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닦치는 대로 글을 전했는데, 이제는 그럴 열정도 없어진 것 갔다. 아쉬운지고... 올해는 몇몇의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 받았다. 물론, 옆구리 찔러 받아낸 사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줄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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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대학로 소극장 연극과 영경이와의 만남,
오달수와의 조우,
혼불 5권,
세라명현이와의 노래방,
메뉴판을 바꿔 놓은 커피숍, 입을 대기도 힘들 정도로 달았던 녹차라떼,
세라의 9cm 하이힐과 광화문 부침개집의 막걸리,
광화문-정동-덕수궁-시청-명동 까지의 걸음,
9,000원의 택시비,
처음 가본 삼청동의 거리와 식당, 그리고 식사,
이제는 친누나 같은 정이 생긴 민정경은누이들과의 수다와 로스팅 커피,
밤 11시의 허기를 채워줬던 종로 떡볶이,
형존이의 오징어 볶음과 홍은동.
정옥이의 약간 민망한 삐침,
종로, 명동, 홍대의 사람과 사람들로 인해 피곤한 거리,
그리고 눈물 많은 친구의 마르지 않은 눈물과 소주 그리고 나의 한숨...

크리스마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욕심이겠지만 나와 함께 시간을 했던 모든 사람들이 역시 2006년 크리스마스에서 나를 추억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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