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2/13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 2007
  2. 2008/02/12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운하 시론 + 경향신문 '대운하반대서울대교수모임' 김상종 공동대표 인터뷰
  3. 2008/02/12 미안해요...
2008/02/13 02:43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 2007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 장률의 <경계>, 김덕철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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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작년에 개봉한 영화들 중 놓치지 아쉬운 영화들을 다시 상영했다. 올해의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역시 감질맛나는 메뉴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최근 연말과 연시를 이용한 재상영회가 아트플러스 극장 체인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다소 지겨운 느낌은 들지만 어쨌든 다시는 극장에서 보기 힘들 영화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뭐 할 일 없는 백수라 바쁠 것도 없지만...

프로그램들을 훑어보며 작년 한 해 그래도 좋은 영화를 많이 봤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놓친 영화들을 아쉬워하며 챙겨봐야 할 목록을 만들어 봤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스틸 라이프>, <경계>, <강을 건너는 사람들>, <포미니츠>, <타인의 삶> 여섯 편의 영화를 wannabe list에 올려놓았고, 그 중 세 편을 챙겼다. <포미니츠>를 보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지만 소화한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 장률의 <경계>, 김덕철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세 편 모두 영화적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을 한 것 같다.



1.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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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장커'라는 이름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피면서 <스틸 라이프>가 내가 감독과 만나는 첫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기록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은 산샤댐 개발 지역에서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역동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산샤의 모습을 제목처럼 정적인 한 폭의 정물화를 보듯 그려낸다. 대신 그는 산샤댐이 안고 있는 사연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조하지만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헐리고 무너지고 소멸하는 것들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땀냄새 짙게 베인 삶이 스크린을 통해 가감없이 전개되는 것이다. 아내를 찾으러 온 남자와 남편을 찾으러 온 아내, 그리고 산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남자의 아내와 아내의 남편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변화에 기대를 갖고 몰려든 사람들의 이야기기가 마치 풍광처럼 전개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지', '삶의 지속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개발과 성장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겹치면서 어떻게 왜곡되고 변질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파괴되는지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운하라는 한국판 산샤댐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 때문인지 화면 속에서 연신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산샤댐이든 대운하든 과연 그것들이 우리들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원망 아닌 원망을 해본다.  


2. 장률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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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에서 장률 감독의 <망종>을 보고난 후 이제는 한국 영화의 내연과 더불어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감독의 세 번째 영화 <경계>는 그 생각을 다시 환기시켰을 뿐 아니라 놀랍도록 성장한 감독의 솜씨에 행복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중국과 몽고의 '경계' 지역을 배경으로 한 남자, 한 여자 그리고 그녀의 어린 아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경계선에서의 건조한 삶을 보여주는 영화는 재중동포라는 경계인의 삶을 살았던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일지도 모른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헝가이에게도, 북한에서 견디기 힘든 배고픔에 신음해야 했던 순이 가족에게도 모두 경계 안에서의 삶은 곧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헝가이는 사람들이 초원을 버리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초원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거부하는 반면, 순이 모자(母子)는 과감히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공통점이 전무한 둘이 초원에서 만나 삶을 지속시킨다. 그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삶에 대한 강한 집착 뿐이다. 살아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인 것이다.(개인적으로 이러한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성적(性的)으로 풀어낸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융화될 듯하면서도 그들은 결국 서로의 경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현실에서 '산다'라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거듭된 경계의 연속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3. 김덕철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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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관계에 대한 강의 시간에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지역 통합의 흐름이 유독 동북아에서만 힘을 잃는 현상에 대한 토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일차적으로 동북아에서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문제부터 논쟁이 많았지만 그 '가능성'에 있어서는 더욱 회의적인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식민지의 유산이 채 해결되지 못하고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묻어두었던 역사 분쟁, 영토 분쟁, 경제적 경쟁, 정치안보군사적 갈등과 같은문제들이 표면화 되면서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공동체의 형성이 가져올 득과 실의 문제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역 내의 평화의 정착이라는 차원에서 각 국가의 '공통의 역사 기억'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셨다. '공통의 역사 기억'이라는 말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강한 회의가 든 것이 사실이었다. 주변국의 작은 언행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중,일이 어떻게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낮은 기대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그것은 일차적으로 국가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덕철의 다큐 속 김경석, 송부자, 세키타 히로오, 다카키 쿠미코 네 명의 등장인물은 아래서부터 공통의 기억을 갖기 위해 진정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었다. 민간 차원에서 기억의 공유를 위한 동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책에서 벗어나 화면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이 그 동안 좁은 통안에 갖혀 있었던 생각의 틀을 넓혀 주었다. 아래서부터 시작된 동력이 부디 큰 물결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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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14:21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운하 시론 + 경향신문 '대운하반대서울대교수모임' 김상종 공동대표 인터뷰

대운하1[1].pdf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 사업' (www.jkl12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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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과의 만남]‘대운하 반대 서울대교수모임’ 김상종 공동대표

입력: 2008년 02월 11일 18:20:55
 
ㆍ“무지막지한 대운하 막으려 지식인들 나선 것”


최근 한반도 대운하 논란의 한복판에 일단의 서울대 교수들이 뛰어들었다. 서울대 교수 150여명이 ‘대운하반대 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을 결성하고 지난달 31일 대운하 검증토론회를 시작으로 반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설 연휴 전날인 지난 5일 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종 교수(생명과학부)를 만나 교수모임 결성 이유와 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김교수는 줄곧 “무지막지한 국토개조사업을 막기 위해 지식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모임이 주최한 대운하 검증 토론회의 반향이 예상보다 큰 것 같습니다.

“대운하 사업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토론회에서 전문적으로 대운하를 연구하신 분들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이건 정말 하면 안 되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더 생겼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운하는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면 밀어붙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정치적 선택에는 항상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운하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그룹이 국민 전체 중 얼마를 차지하겠습니까. 1% 미만일 것입니다. 강을 따라서 양쪽에 땅을 가진 사람들, 땅값 상승으로 이득을 볼 지역토호들, 부동산 투기 세력들, 건설회사들뿐입니다. 그들에게 특정한 이득을 주고 자발적인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4월 총선에서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모든 면에서 비합리적인 대운하 건설을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추진하려 하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토론회 후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 반대라는 비판론도 제기했습니다.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그런 부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교수모임 발기인 참여자나 서명동참 교수 중에 일부 교수들은 이명박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항상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내세우는 것이 편 가르기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겠죠. 또한 추부길 목사가 서울대 교수들을 향해 ‘비전문가들이 어쩌고’ 비판했는데 바로 그 점에서 우리는 할 말이 많습니다. 국민들의 과반수가 경부운하에 부정적인 현실을 봐야 합니다. 직접적 이익 관계자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왜 설득하지 못하는지 스스로 짚어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여러 분야에 대한 구체적 문제점을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제기했으면, 이에 대해 하나하나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게 도리입니다”

-앞으로 대운하 정책이 어떻게 추진될 것 같습니까?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지금 분위기로 총선에서 과반수 이상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6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으로 처리하는 상황입니다. 이 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대규모의 국토를 훼손하는 사업에 대한 검증절차(사전타당성평가,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법적 안전장치를 무력화하고 조기에 착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정말 합리적·논리적·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는 사실상 실종되는 것입니다.”

-서울대 교수모임을 만든 목적은 무엇입니까.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 집단이라는 서울대 교수들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전문가 그룹에게 주어진 큰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다양한 형태로 사회를 왜곡하는 부조리들이 드러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운하는 국가적 대재앙을 불러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은 지식인의 학문하는 목적이 없어진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동감하는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고 토론회도 열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공감대가 서울대 교수들 안에서 보편적으로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서울대 교수모임이 생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사회적 관심도가 높았잖아요. 그게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습니다. 물론 서울대 교수들 나름의 판단이 있다가 이게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중견교수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각 단과대학의 중견교수들이 뜻을 모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대운하 반대에 대한 공감대가 그만큼 넓고 깊었기 때문입니다.”

-김교수님이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 전공이 환경미생물학, 그 중에서도 수질 미생물학입니다. 특히 물의 안전성, 수돗물 안전성이 주전공입니다. 대운하는 식수원의 안전성 측면에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얘기입니다. 지금 수도권 내 수돗물 공급을 하는 잠실과 팔당의 물이 많은 병원균에 오염돼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데 운하를 위해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려고 물을 막고 가둬둔다면 물이 더 썩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제 전문분야에서만 봐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는데 이는 대운하가 야기하는 것들 중 아주 작은 문제일 뿐입니다.”

-교수모임에 몇 명이나 참여하고 있습니까.

“서명은 150명(5일 기준) 정도 했습니다. 토론회 이후 더 많은 교수들이 참여를 원하고 있습니다. 150명의 전체적 성향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것은 이념과 정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실과 거짓의 문제입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300~500명 정도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이라 시기적으로는 좋지 않지만 사안의 급박성 때문에 신정부 출범 이전에 의견표명을 고려 중입니다.”

-성명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됩니까.

“인수위 활동이나 이당선인 반응을 본다면 민주주의 절차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탄탄한 반대 논리를 제시해도 관두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결국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즉 국민의 의견을 똑바로 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당선인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기에 국민동의를 구했다는 억지 논리가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를 이제는 도입해야 합니다. 즉 국민 투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막대한 선거비용이나 국민투표비용은 들겠지만, 대운하 피해보다는 비용이 적다고 봅니다. 대운하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사를 좀더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성명서에 담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다른 단체와의 연대활동 계획은 없나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므로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대는 조심스럽습니다. 순수한 의도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인데 정치세력과의 연대는 대부분의 회원이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와의 연대는 논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대학 교수 등 사회 지식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모든 교수들이 나름대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운하를 우려하는 교수들께서 좀더 적극적으로 그런 우려하는 마음을 표현해 주셨으면 합니다. 활동이 개인적 시간과 노력을 요구할 수 있지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국민의 판단을 이끌어야 하는 게 지식인의 역할입니다.”


- 김상종 교수는 -

‘대운하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종 교수는 수돗물 전문가다. 1997년 김교수와 환경부 간에 벌어진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 논란은 유명하다. 김교수는 “서울시와 부산시 각 2곳의 수돗물에서 1000ℓ당 1~10마리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주장했으나 환경부는 “김교수의 검사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시는 1999년 김교수를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01년 환경부는 “수돗물에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시인하고 김교수의 주장을 인정했다.

〈 글 강병한·유정인·사진 김세구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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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대운하에서 시작되는 <괴물3>을 보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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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01:25

미안해요...

미안해요....

8년전 대학 진학을 서울로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내가 살던 곳이 그리 작은 곳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뭐든지 1등'이라는 수도(首都)에서의 생활이 설렘과 기대를 갖게 만든 것은 당연지사였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석을 위해 상경한 아침, 구 서울역사의 입구를 나와 난 서울의 2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지금은 금호건설로 명패를 바꾼 서울역 대우 본사 건물의 웅장함이었고(곧 그 건물이 놀랄만한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그렇게 큰 건물은 태어나서 처음보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방이 차도로 둘러싸여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숭례문의 모습이었다. 교과서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국보 1호를 실제로 보는 감회가 새롭기도 했지만 목전에 두고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아쉬움이 더 컸던 것같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여러가지 전시행정 논란이 있었음에도 숭례문의 공원화와 더불어 시민의 접근을 가능하도록 정책을 개정한 것만큼은 반가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제서야 6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울을 상징하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숭례문이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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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기대와 기쁨이 사람들만의 이기적인 행복이었던 것 같다. 정작 숭례문에게는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기뻐하던 사람들의 웃음이 자신을 휘감아 돌던 아스팔트 도로 위의 자동차만큼이나 성가신 존재였던 것이다. 집에서 설연휴를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다시 한번 숭례문이 나를 놀라게 했다. 화재가 난 국보1호의 화면에 숨이 막혔지만 불길이 잡혔다는 보도를 보고 씁쓸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피곤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 '전소했다'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볼 수 있었던 처참한 숭례문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이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국보 1호라는 상징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에 대한 원망, 언론에서 말하는 민족적 자존심의 훼손이 아닌 그저 그 자리에서 600년을 묵묵히 사람들과 역사를 함께한 '존재'에 대한 미안함이었던 것 같다. 나 자신조차도 숭례문의 개방으로 앙녕대군의 어필이라는 현판과 색색의 단청, 잘빠진 기와의 곡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그쳤을 뿐 그것으로 인해 정작 숭례문이 온몸으로 느껴야 했던 피로는 생각치 못했었다. 그리고 그 피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이 5일 동안 쉬다 지쳐 집으로 돌아온 설연휴 마지막 원망하듯 무너져버렸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과 마음뿐이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믿지 못할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와 보니 숭례문의 비극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국보 1호의 붕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목전에서 겪은 사람들의 충격은 뒤로 하고 그렇지 않아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무너진 국보의 시신을 둘러싸고 싸움이 시작됐다. 물론, 책임의 추궁과 더불어 철저한 원인 분석과 복구 작업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가 심상지 않다. 한쪽에서는 이천, 태안에 이어 서울의 비극이 현 정권의 5년이 곧 비극이었음을 의미한다고 공격했고, 이에 다른 쪽에서는 숭례문의 개방 과정 자체가 시장의 행정 실패라고 맞받아쳤다. 혼잡한 정권 교체의 시점에서 얻는 쪽과 잃는 쪽 모두에게 이 초유의 사태가 더할 나위 없는 공격 무기가 된 것이다. 숭례문은 그 외형만 변했을 뿐 그 피로는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의 아둔함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고 무섭다.

곧 복구작업이 실시될 것이다. 분명 처참한 비극을 경험한 사람들의 충격에 대한 보상으로 갖가지 핑크빛 복구 시나리오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갖가지 정치 논리, 경제 논리가 뒤섞이면서 숭례문의 복구 자체가 정치인들에 의해 또 다른 비극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의 미안함을 마음에 새겨 오로지 숭례문 그 자체만을 위한 복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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